왜 회고를 하려 하는가
정리하고 또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다.
올해 3월에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백엔드 직무로 입사했다. Node.js / Nest.js 개발자로 여러군데 이력서를 냈지만 죄다 서류탈락에 모처럼 잡힌 면접도 1차를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자존감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을 때다. 사실 확률을 높이려면 괜히 프로젝트 여러개 만들지 말고 Java / Spring 제대로 익혀서 프로젝트 만드는게 빨랐을지도 모른다.
비전공자, 비전공자... 비전공자 출신 훌륭한 개발자들도 많다지만, 비전공자가 비전공자 '출신'으로 바뀌기 위해선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단 나는 그랬다.
부트캠프에서는 프론트엔드를 맡았고 수료 이후 백엔드로 진로를 틀었다. 혼자 프로젝트를 만드려면 프론트 / 백엔드 두 파트를 혼자 해야 하는데 백엔드가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프론트는 '서비스를 배포해야 되니까 만든다'라는 감각으로 진행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백엔드를 맡을 걸 그랬다.
넋두리
여하튼 여유가 좀 생기고 접하는 분야가 많아지다 보니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만족하는가? 만족 못한다. 개인적으로 성장의 원동력은 불만족이라 생각한다. 만족하고 현상 유지에 신경쓰면 스스로 멈춰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 그런말이 있잖는가? 나는 언제나 배가 고프다. 마찬가지다. 성장 욕구라는 굶주림이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하지만 사수 없이 크는 건 힘들다. 왜 신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보고 배울만한 시니어나 사수가 있는지 없는지'인지 알겠다. 온보딩 없음, 사수 없음, 교육 없음, 바로 일 투입이라는 상황 속에서 거의 단독으로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어디가 어떻게 꼬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걸 알았을 때는 어마어마한 기술부채를 마주했다.
왜 코드품질을 중요시 하는지 알겠다. 왜 기술부채를 반드시 갚으라고 하는지 알겠다. 왜 흔히 말하는 서비스 기업들은 다소의 시간 소모를 감수하더라도 코드 리뷰와 리팩토링에 투자하는지 알겠다. 손을 쓰려고 해도 엉망진창의 어디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르겠고, 요구에 맞추랴 기능 추가하랴 그리고 개발 외에 요구하는 다른 일도 하다보면 코드 정리는 먼 일이 되어버린다. 간단한 추가나 수정도 건드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물론 처음부터 잘 짰으면 이런 일은 적다. 제대로 OOP나 방법론을 적용했으면 영향이 덜한 것은 맞다. 그런데 그럴수 있었으면 내가 신입이 아닐 것이다. 변명인가? 변명 맞다. 변명이라도 하고 싶다. 이미 늦었지만 앞으로도 늦기는 싫다.
개발문화와 품질에 대한 고찰이 없는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회사탓으로 돌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긴 하다. 핵심은 나 자신에게 있으니까. 하지만 남들은 부스터를 달고 날려고 할때 열심히 뛰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생각해 볼 거리는 있다. 확실한 건 개발자 일을 싫어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 손 끝에서 태어났으니 훌륭한 모습을 갖게 하고 싶다. 시간이 더 지난 내가 보더라도 '생각보다 괜찮게 만들었네'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내가 관여한 모든 곳이 조금이라도 발전되게 만들고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다.
내 분신이자 내 아이다. 보기 싫은게 아니다. 오히려 미안할 뿐이다. 더 제대로 된 모습을 갖게 할 수 있는데. 더 아름답게 해줄수 있는데. 이렇게 밖에 해주지 못했다. 그저 미안하다. 내가 조금만 더 실력이 있었다면.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짜주었더라면...
쓰다보니 다시금 깨닫는다. 나는 한번 만들고 납품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더 발전시켜 주어야 하고, 더 제대로된 모습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감정이 거칠어 져서 지리멸렬한 글이지만 넋두리라도 써야겠다. 훗날의 내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박제해 놓아야지.
나아갈 길
데이터 직군(구체적으로는 데이터 엔지니어)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내가 백엔드에 매력을 느끼고 진로를 정한 이유는 데이터 때문이다. 그리고 로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풀스택(프론트 + 백엔드)으로 발전하는 것 보다는 백엔드의 보다 깊숙한 곳으로 가고 싶다. 문제는 거의 다 경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보통 백엔드를 거쳐 데이터 엔지니어로 진출한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백엔드 2~3년 하고 직무 변경? 아니면 신입으로 도전? 직무 변경을 하려면 어쨌건 간에 대용량 트래픽 처리와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신입으로 도전하기에는 확률이 너무 낮다.
역시 이직을 해야겠다. 1년을 채울까 말까 고민되지만, 1년이 지나도 부스터 달고 날아가는 사람들의 1년차 실력을 못 갖출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중고신입으로 들어가고 말지. 그래도 다행인 점은 AI등 비교적 첨단 기술 활용에 중점을 두는 회사라는 것이다. 회사의 관심이 첨단 IT쪽이 아니였으면 나도 아예 모르는 상태였을 것이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야지.
회사가 성장을 원하는 만큼 개인도 성장을 원한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일에 눈길을 주는 것처럼 개인도 성장할 수 있는 일에 눈길을 준다. 다시 준비하자. 비전공자? 제대로 cs, 알고리즘 부터 사이드 프로젝트 까지 준비해주마. 기한은 12월. 중간목표는 SQLD자격증으로 '진지하다는 증거'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 준비를 마무리 짓고 내년 부터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나태해지면 이 회고 정독해야지. 회사일과 병행하다 보면 그렇게 여유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하지만 집중해서 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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